JAN 2019 / WORKS

PART 4

[CONTENTS]
- 커피품종 COFFEE VARIETIES

처음으로 커피를 수확한 커피나무는 에티오피아의 티피카였으며, 이는 지금까지도 널리 재배되고 있다. 오늘날에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변종과 교배육종 등 다양한 커피품종이 존재한다. 이중에는 고유의 특징적인...

커피품종

처음으로 커피를 수확한 커피나무는 에티오피아의 티피카였으며, 이는 지금까지도 널리 재배되고 있다. 오늘날에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변종과 교배육종 등 다양한 커피품종이 존재한다. 이중에는 고유의 특징적인 향미를 가진 품종들이 있는가 하면, 재배지의 토양과 수확방식, 수확 후의 가공방식에 영향을 받는 품종들도 있다.

대다수 커피 소비자들은 아라비카의 품종이 얼마나 많은지 잘 모르고 있는데, 이는 세계의 모든 커피 거래가 산지를 기준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여러 농지에서 생산된 커피는 한데 섞이기 일쑤고, 수출할 때도 백(Bag, 커피를 담는 자루, 또는 그 단위)에 지역명만 쓰여있고 품종에 대한 정보는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요즘 들어 추세가 바뀌고 있긴 하지만, 커피품종이 맛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일반품종과 지역품종

일반품종(Variety)과 지역품종(Varietal)을 혼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반품종은 한 가지 원종(예를 들어 아라비카)으로 부터 유래한 하위 품종을 가리키는데, 품종마다 나무의 구조와 나뭇잎, 열매등이 서로 다른 특징을 보이는 것은 재배품종(Cultivar)이라고도 한다.

지역품종은 특정 품종을 가르킬 때만 쓰는 말인데, 예를 들어 케냐의 SL-28 품종을 말할 때는 일반품종이라고 하고, 케냐 니에리(Nyeri)에 있는 기칸다(Gikanda) 협동조합의 캉고초(Kangocho) 워싱 스테이션(Washing Station)에서 가공된 SL-28 품종을 말할때는 지역품종이라고 한다.

티피카 TYPICA

티피카는 자연변이 혹은 유전자 변형 품종의 고유품종으로 알려져있다. 최초의 상업적 커피 생산은 네덜란드인들에 의해 시작됐는데 당시 사용된 품종이 바로 티피카였다. 티피카의 커피체리는 보통 붉은색을 띠며, 다른 품종에 비해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적은 편이지만 컵 컬리티가 뛰어난 커피를 생산할 수 있다. 티피카는 현재까지도 세계 각지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크리올료(Criollo), 수마트라(Sumatra), 아라비고(Arabigo)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버번 BOURBON

버번은 티피카가 리유니언 섬(Island of Reunion, 옛 지명 버번)에서 자연변이하여 생겨난 품종으로, 티피카 보다 단위 면적당 생산량은 적지만, 특유의 단맛 덕분에 스페셜티 커피업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커피체리의 색깔은 붉은색, 노란색, 오렌지색 등으로 다양하다. 과거에는 전 세계적으로 재배되었으나 생산량이 더 많은 품종으로 대체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버번은 신규 품종 보다 생산량이 적어 가격이 높을 수 밖에 없었는데, 당시 커피시장은 이를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수준이 높지 않았다.

문도 노보 MUNDO NOVO

티피카와 버번의 자연잡종으로, 문도 노보라는 명칭은 1940년대에 이 품종이 처음 발견된 브라질 지역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다.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많고 강하며 병충해 내성이 뛰어나다는 것이 장점이다. 브라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1,000 ~ 1,200 미터 고도의 지역에서도 재배가 가능하다.

카투라 CATURRA

버번의 돌연변이 품종인 카투라는 1937년 브라질에서 발견되었다.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비교적 많지만 과잉결실(Overbearing, 나무가 지탱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열매들을 맺어 줄기마름병으로 인해 고사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농장 관리에 신경쓰면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카투라는 특히 콜롬비아와 중미 지역에 많이 분포되어 있으며 브라질에서도 널리 재배되고 있다. 컵 퀄리티가 좋은 편이며 고지대에서 재배될수록 퀄리티가 높아지고 생산량은 줄어든다. 붉은색과 노란색 커피체리가 열리며, 왜성식물(Dwarf Plant) 혹은 반왜성식물(Semi-Dwarf Plant)로 불리는 커피나무는 키가 작아 손으로 열매를 따기가 쉽다.

카투아이 CATUAI

카투라와 문도 노보의 잡종으로 1950년대와 1960년대에 브라질 캄피나스 농업연구소에 의해 개발됐다. 카투라가 지닌 왜성식물의 특성과 문도 노보의 강력한 생명력을 결합한 품종이며, 카투라와 마찬가지로 붉은색과 노란색 커피체리가 열린다.

마라고이페 MARAGOGYPE

육안으로도 쉽게 구분할 수 있는 품종인 마라고이페는 티키파의 변종으로 브라질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열매가 눈에 띄게 커서 알아보기가 어렵지 않고 상품가치도 높다. 커피나무의 나뭇잎도 매우 큰데, 그에 비해 생산량은 적은 편이다. 열매의 크기 때문에 '코끼리' 혹은 '코끼리 콩' 으로도 불린다. 잘 익은 커피체리는 붉은색을 띤다.

SL-28

요즘 들어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SL-28은 탄자니아에서 들여온 내건성(Drought-Resistant) 품종의 커피나무에서 선별된 것으로 1930년대에 스콧 연구소에 의해 케냐에서 개발됐다. 커피체리는 붉은색을 띠며 생두의 크기는 평균치 보다 확연하게 크다. SL-28 으로 만든 커피는 특유의 블랙베리향이 난다고 알려져있다. 커피녹병에 취약하며 고도가 높은 지역에서 더 잘 자란다.

SL-34

SL-34는 탄자니아와 케냐에서 재배되다가 버번(지금의 리유니언 섬)을 거쳐 아프리카로 다시 들어온 프렌치 미션 버번(French Mission Bourbon) 품종에서 선발된 것이다.  SL-28과 마찬가지로 과일향이 나지만 SL-28 보다는 컵 퀄리티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커피녹병에 취약하며 커피체리는 붉은색을 띤다.

게이샤/게샤 GESIHA/GESHA

'게이샤' 라는 말이 널리 쓰이긴 하지만 이 품종의 정확한 명칭에 대한 의견은 아직 분분하다. '게샤'는 에티오피아 서부 지역에 있는 마을의 이름이며, 따라서 코스타리카에서 파나마로 수출되었던 이 품종의 원산지는 에티오피아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게이샤는 강렬한 꽃향기가 나는 커피로 알려져있으며, 최근 몇 년간 수요가 많아져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2004년 파나마의 커피농장인 아시엔다 라에스메랄다(Hacienda La Esmeralda)의 게이샤가 경매에 등장한 후로 인지도가 급격히 상승했으며, 이 게이샤는 파운드당 21달러라는 경이로운 가격에 낙찰되었을 만큼 독특하고 우수한 커피로 평가 받았다. 게이샤의 경매가는 2006년과 2007년에 파운드당 130달러를 돌파하며 커머디티 커피의 백 배에 달하는 가격을 형성 하기도 했다. 이후 중미와 남미 지역의 많은 농장들이 앞다투어 게이샤를 재배하게 되었다.

파카스 PACAS

파카스는 버번의 자연변종으로 1949년 파카스 가문에 의해 엘살바도르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붉은색 커피체리가 열리며, 커피나무의 키가 작아 수확이 용이하다. 컵 퀄리티 역시 버번과 비슷한 수준이며 인기가 높다.

비야 사르치 VILLA SARCHI

처음 발견된 코스타리카의 마을 이름을 딴 비야 사르치는 파카스 처럼 커피나무의 키가 작은 버번의 또 다른 자연변종이다.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많고 컵 퀄리티 또한 우수하다. 성숙한 커피체리는 붉은색을 띤다.

파카마라 PACAMARA

파카스와 마라고이페의 교배육종으로 1958년 엘살바도르에서 만들어졌다. 마라고이페와 마찬가지로 커피나무의 나뭇잎과 열매, 생두의 크기가 매우 크고, 향미 프로파일에 적을 수 있는 긍정적인 향미를 많이 가지고 있다. 초콜릿향과 과일향이 느껴지며 때로는 불쾌한 약초향과 양파맛을 내기도 한다. 성숙한 커피체리는 붉은색이다.

켄트 KENT

1920년에 진행된 인도의 커피품종 개발 프로그램의 참가자 이름을 딴 켄트는 커피녹병에 대한 내성을 기르기 위해 개발되었으나 새로운 종류의 병충해에는 취약한 편이었다.

S795

S795 또한 인도에서 개발되었으며, 켄트와 S288(커피녹병에 내성을 지닌 기존의 품종)의 교배육종이다. 이제는 커피녹병에 대한 내성이 많이 약해졌지만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지에서는 여전히 널리 재배되고 있다.

아라비카 재래품종

위에서 나열한 커피품종들은 전부 티피카로 부터 유래했기 때문에 유전적인 측면에서는 매우 유사하다고 불 수 있다. 하지만 에티오피아에서 재배되고 있는 커피나무들 중 상당수는 특정 재배품종이 아니라 서로 다른 품종이 교배되어 생겨난 아라비카 재래품종이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지역산 야생 품종의 유전적 다양성과 컵 퀄리티에 대해서는 아직 체계적으로 정리된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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